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루날리티의 메모장
이카로스는 추락했다. 총칼의 무자비함이 드글거리는 땅 위로, 목숨은 방아쇠의 떨림보다 가벼웠고, 이념은 수천의 죽음을 매달고도 가라앉지 않았다. 살아남은 자들의 숨마저 끝나지 않은 비명의 다른 이름인 곳으로. 사랑은 부를 때마다 한 겹씩 더 먼 침묵이 되어 돌아왔고, 끝내 닿지 못한 사랑을 향한 울부짖음의 무게로 그리던 세상을 깨뜨리며. 그 잔해 속에 오래전부터 깨져 있던 거울이 드러났다. 그 앞에 선 개척자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으나, 거울 속의 얼굴은 수척했다. 사랑을 향해 뻗었던 손에는 미처 거두지 못한 날이 서 있었고, 올곧음을 가리키려 했던 손끝이 거울 속의 나를 겨눌 때 깨진 거울의 파편마다 그리던 세상과 잃어버린 사랑이 비쳤다. 날개가 타버린 뒤에도 태양은 그곳에 있었으나, 깨진..
병실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. 창가의 사내는 아팠고, 나는 잠을 잤다. 사내는 밤마다 왼쪽 손목을 움켜쥐었다. 간호사가 붕대를 풀어 보면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. 손목 안쪽의 피부는 다른 곳보다 희었고, 그 아래로 푸른 혈관 몇 줄기가 비쳤다. 간호사는 손가락 두 개로 맥을 짚어 본 뒤 붕대를 다시 감았다. 사내는 그동안 벽을 보고 있었다. 붕대가 다 감기면 손을 이불 안으로 집어넣었다. 그제야 신음이 멎었다. 병실은 건물의 북쪽에 있었다. 맞은편에는 같은 높이의 회색 건물이 서 있었다. 창문이 열두 개였는데, 어느 날에는 열한 개였다. 다시 세었을 때에는 열두 개였다. 어느 창에서도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. 건물에 사람이 살지 않는지, 살면서도 창가에 나오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. 간호사는 그쪽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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